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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술: 기꺼이 기어이 기대어

관계의 기술: 기꺼이 기어이 기대어
  • 기간 2026.04.16 ~ 2026.05.23
  • 장소 1·2 전시실
  • 대상 전연령
  • 전시부문 기획전시
  • 관람료 무료
  • 문의 02-760-9797
  • 안내 -

상세내용


 


관계의 기술: 기꺼이 기어이 기대어

With a Little Help from Friends



참여작가 Artists

김진우 Kim Jinoo

둥지 Dungji

라움콘 laumkon

발달장애인 독립공간 예술쉼터

Independent developmental disability art-club

선사랑드로잉회

Sunsarang Drawing Group

이정현 Lee Jeonghyeon



관람시간

10:00~18:00

(입장마감 17:30)

일요일, 공휴일 휴관



Opening Hours

10:00~18:00

(The last admission is 30min prior to closing time)

Closed Day : Every Sunday, Regular closing days



전시 서문


경사로는 늘어나고 문턱은 낮아지지만, 마음의 거리는 여전히 멀게 느껴집니다.

예상치 못한 기다림을 마주할 때마다 애써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립니다.

혼자서 잘 살아남는 법을 고민하는 사이,

기대어 사는 방식에 대한 고민은 조금씩 무디어져 갑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책임지는 상태를 성숙함의 척도로 삼는 능력주의 질서에 익숙합니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몸짓은 연약함으로만 치부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타인을 살피고 돌보는 행위는 일방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관계 속에서 상호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안부를 묻고 손을 건네며, 느리게 걸어 보폭을 맞추기.

우리는 배려의 방식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살피며 속도를 조율하는 ‘관계의 기술’을 터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각기 다른 존재들이 각자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궁리하는 일입니다.


이번 전시는 완성된 결과물보다는 작업의 과정에 주목합니다.

전시의 참여자들은 울퉁불퉁한 관계의 역동성을 그대로 전시장으로 가져왔습니다.

이들에게 창작이란 고립된 성공이 아니라,

서로 긍정하고 지지하며 일구어낸 협력의 기록입니다.

이 과정에서 장애는 극복해야 할 개인의 과제가 아니라,

서로 의지하게 하고 맞물리게 하는 공동체의 토대가 됩니다.


때로 음이 어긋나고 박자를 놓치기도 하지만 노래는 계속 이어집니다.

생경한 화음 속에서, 불안 속에서, 목소리가 부딪히고 섞이는 시끄러운 소란 속에서,

우리는 악보와는 다른 노래를 이어갑니다.

기꺼이 손을 내밀고, 기어이 곁에 남아, 서로 기대어 서서.

친구들의 작은 다정 덕분에.



Curatorial Statement


The ramp extends, and the threshold lowers,

yet the distance between our hearts still feels distant.

Each time we encounter an unexpected disruption in pace,

we instinctively turn away.

As we spend more time thinking about how to live on our own,

our questions about how to lean on others slowly fade and lose their urgency.


We are accustomed to a meritocratic order

in which being responsible for oneself is taken as the measure of maturity.

Any gesture of leaning on someone else has often been seen as a sign of weakness.

Yet looking after and caring for others is not a one-sided act;

it takes place mutually within relationships.

Exchanging greetings, offering a hand,

and walking slowly in step with one another are all part of this process.

We need to move beyond simply learning to be considerate

and instead cultivate the art of relationship,

the ability to adjust our pace while looking out for each other.

This, too, is a way of reflecting on how different beings live together

while preserving their own distinctiveness.


This exhibition places its emphasis on the process of creation

rather than on any completed result.

The participants bring the dynamics of their turbulent relationships into space.

For them, creation is not an individual achievement

but a record of collaboration built through mutual affirmation and support.

The creative process, where differences collide and intermingle,

becomes a form of care in itself. And in this process,

disability is not an individual narrative to be overcome,

but a communal power that brings people together. 


We may fall out of step or miss a beat, yet the song continues.

Within the tangled harmony,

amid anxiety and the noisy confusion of voices clashing and mingling,

we end up singing a song different from the one written in the score.

Reaching out our hands willingly,

insisting on staying by one another’s side, leaning on each other,

with a little help from friends.







김진우, 진우와 함께하는 기차여행, 2026, 싱글채널 비디오, 7분 23초. 영상 프로덕션: 소농지. 모두미술공간 제작지원.


김진우는 어린 시절부터 기차를 좋아해 고등학교 졸업 후 혼자 기차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눈 내린 서천의 아침에서 출발해 아산과 익산을 거쳐 다시 서천으로 돌아오는 영상

〈진우와 함께하는 기차여행〉은 승차권을 사고, 국밥을 먹고,

열차를 기다리는 진우의 하루를 담담하게 따라갑니다.

목적지보다 이동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그의 모습은

스스로 선택하고 세계와 관계 맺는 삶의 방식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둥지, 둥지의 풍경, 2026, 상자, 실, 종이, 씨앗, 차망, 철사, 밀랍점토, 스펀지, 주워 온 자연물, 스피커, 가변 크기.


2024년 결성된 둥지(김보라, 송하정, 오다솜)는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선보여 온 감각적 공동체입니다.

〈둥지의 풍경〉은 상자 속 실, 씨앗, 밀랍 덩어리 등의 일상적인 사물을

관객이 직접 만지고 연결하며 각자의 작은 풍경을 만들어가는 워크숍이자 설치 작업입니다.

익숙한 재료와의 낯선 접촉을 통해 돌보고 신경쓰는 행위 안에서 피어나는 관계의 감각을 탐구합니다. 





 

라움콘, 함께 조각, 2026, 광목천에 실, 가변 크기. 모두미술공간 제작지원.


라움콘은 문화예술 기획자 Q레이터와 시각예술가 송지은이 함께하는 아티스트 듀오입니다.

이들은 일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와 돌봄의 관계를 탐구해 왔습니다.

〈함께 조각〉은 옷의 형태를 빌린 조각으로, 혼자서는 입을 수 없으며

둘 이상의 몸이 서로를 도우며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조각을 입기 위해서는 서로의 신체 조건과 호흡, 균형을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함께 입는 과정에서 관계의 취약함은 몸을 통해 드러나고,

의지와 배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납니다.





 

발달장애인 독립공간 예술쉼터, 우리가 쌓아온 이야기, 2022–2026, 혼합매체, 가변 크기. 모두미술공간 제작지원.


기획: 김인규

기획보조: 조혜림

참여작가: 구민기, 김진우, 나영주, 박상범, 박천후,

백인도, 박초롱, 신기창, 안현순, 안동진,

양성원, 우현균, 유정연, 정지환, 최선아,

최종섭, 한수이, 함은애, 함은지, 홍진명

협력: 서천군,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 서천문화관광재단


2011년 충남 서천에서 시작된 발달장애인 독립공간 예술쉼터는

정형화된 커리큘럼 대신 당사자의 자유로운 표현과

내면의 욕망을 중심에 두는 예술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우리가 쌓아온 이야기〉는 통로 형태의 구조물로,

그 안에는 다양한 드로잉과 낙서, 메모와 소음이 가득합니다.

켜켜이 쌓아 올린 작업들은 함께 버텨온 인내와 노력의 흔적이자,

만들고 나누는 과정에서 피어난 관계의 소중함을 전합니다.





 

선사랑드로잉회, 우리 몸 크로키 - 공간 그림 퍼포먼스, 2026, 캔버스 천에 아크릴, 가변 크기.


총괄기획: 문승현

안무가: 노경애

안무보조: 김명신, 김한비

참여작가: 곽현진, 김경아, 김정옥, 문은주,

서주현, 유혜진, 이순화, 이윤정, 임현주

작가보조: 손혜연, 오란석, 임영숙.


2000년 야외 스케치 모임에서 출발한 선사랑드로잉회는

신체의 형태와 움직임을 탐구해 온 예술 공동체입니다.

〈우리 몸 크로키 - 공간 그림 퍼포먼스〉의 참여자들은

휠체어에서 벗어나 흰 캔버스 위로 몸을 내립니다.

정해지지 않은 색과 선으로 공간을 채우는 동안

팔의 너울거림과 발가락의 미세한 떨림이 점과 선으로 쌓여갑니다.

몸의 자유는 이내 생각과 정신의 자유로 확장되며

경계 없는 공동체적 사유의 가능성을 제안합니다. 






 

이정현, 숲속은 즐거워(이정현 자작곡), 2024, 수채화지에 마카펜, 네임펜, 59 × 92 cm.


이정현은 소리를 색으로 인식하는 색청공감각자이자 첼리스트로,

음악을 시각 언어로 옮기는 ‘그림 악보’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 옥타브와 12음계를 고유한 색에 대응한 독자적인 체계 속에서

흰 종이 위에 찍힌 색색의 점들은 암호와 같은 방식으로 음악을 표현합니다.